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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로 살아가기

간호사와 명절

by JIN-GOGO 2025.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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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간호사 며느리는 왜 일하는 걸까?
 
 

명절, 간호사에게는 특별하지 않은 특별한 날

많은 사람들에게 명절은 가족과 함께 모여 따뜻한 식사와 안부를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러나 간호사에게 명절은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병원은 명절에도 멈추지 않는다. 환자는 쉬지 않고, 응급상황은 언제든 발생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간호사들은 명절에도 근무표에 이름이 올라가 있고,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명절을 맞아 병동을 지키는 간호사는 오히려 더 바쁘다. 평소보다 많은 면회객들로 병원 방문객은 늘어나고, 응급실은 환자들이 몰린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간호사는 자신의 명절을 뒤로하고 환자 곁을 지킨다. 그들에게 명절은 쉼의 날이 아니라 또 하나의 근무일이다.
 
일? 선택이 아니다... 명절에 쉬는 날이 나올지, 근무하는 날이 나올지는 나의 선택이 아니다.
 
이번 연휴는 하루만 휴가를 내면 10일간 쉴 수 있다는 황금 연휴라고들 한다.
9월의 휴일은 8일였고, 10월의 휴일은13일이다. 하지만 교대근무를 하는 간호사에게 휴일의 셈법은 조금 다르다. 휴일이 적은 달이든, 많은 달이든 평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병원마다 부서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한달 ±10개 정도의 휴일이 발생한다. 명절이 있는 달이라고 휴일이 더 주어지지 않는다. 9월에는 휴일이 8개였지만 남들보다 더 쉬게 한다. 대신에 10월에는 남들보다 더 일해야 한다. 그러니 황금 연휴든, 명절이든 간호사들에게는 명절도 그저 그런 일상일 뿐이다. 
 
 
근무와 가족 사이의 미묘한 갈등
명절 근무표가 게시되면, 간호사들 사이에는 안도와 아쉬움이 교차한다. 누군가는 운 좋게 쉬게 되지만, 누군가는 연속 근무를 맡게 된다. 결혼한 간호사라면 더 복잡하다. 시댁과 친정을 오가야 하는 일정, 가족의 기대, 그리고 병원 근무 사이에서 갈등을 느낀다. 일부 가족은 “명절인데 좀 쉬면 안되냐”고 쉽게 말하지만, 환자는 쉬지 않기 때문에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가족과의 관계에서 서운함이 쌓이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야기한다. 미혼자들이 기혼들을 위해 명절에 좀 배려해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근데 말이다. 이제,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그건 배려가 아니라 또다른 차별일 뿐이다. 또한, 생애 발달과업에 따라 낮은 연차가 기혼인 경우는 흔하지 않다. 보통은 5~7년차 이상 시니어를 볼 수 있는 년차 정도가 되었을 때, 기혼자도 되어 있다.
 
여전히 현장의 간호사 연차는 낮다. 의정사태로 신규채용이 몇년째 끊겨 1~2년차의 부재로 평균년차가 높아졌을 뿐, 필자의 병원도 의정사태 이전에는 병동의 경우 평균 연차가 3년차가 되지 않았다. 그나마 특수부서들의 경우에 평균 5년차를 겨우 채울 뿐이였다. (그나마 있던 3년차 이상 ~ 10년차 이하의 숙련된 간호사들은 PA 간호사로 착출된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전공의와 인턴이 돌아와도 그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명절에는 수간호사를 비롯한 관리자들은 모두 부재이다. 모두 문서로만 보고 받는다(예를 들자면, 현재 중환자실 빈자리가 있는지, 응급실 가동률은 어떤지 말이다) 이런 상황에 그나마 높은 연차인 시니어들은 모두 병원에 근무해야 그나마 병원이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다. 그 것이 왠만한 시니어 연차들이 명절에 근무가 배정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다. D-E-N 어느 근무 한 곳, 빈 곳이 있으면 안되니 말이다.
 
명절에 인력이 더 필요한 부서들도 있다. 대부분은 명절을 앞두고 가족과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무리해서라도 퇴원을 서두른다. 하지만 중환자실과 응급실은 조금 다른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응급실은 추가 인력이 배치된다. 평일 낮에 5명이 근무 했다면 주말이나 명절에는 8명씩 근무해도 초과근무가 당연히 발생할 정도로 환자가 지속적으로 대량으로 발생한다. 감히, 이런 부서에서 일하는 간호사가 명절이라고 쉰다고 할 수 있을까?
 
 

명절에 근무하면 큰 돈번다? (휴일수당)

내가 일하는 병원은 10월의 경우, 3일(개천절), 5~7일(추석), 8일(대체공휴일), 9일(한글날) 이렇게 6일에 대하여 50% 가산하여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한다.
 ○ 하루 일당  20만원일 경우, 6일 모두 근무 했을 때, 10월 휴일근로수당 = 600,000원
 ○ 휴일수당 1.5배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으나, 병원들은 대부분 1배는 대체휴일을 지급하고 0.5배(50%)만 가산해주고 있음
하지만 모든 병원들이 언급한 날짜들에 대하여 가산하여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주는 것은 아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는 결혼하면 사직했다고 한다.

그나마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도 병원을 다니면 당연스레 상근으로 배정이 해줬다고 한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20년차가 평간호사로 교대근무를 하는 것은 흔하지는 않지만 낮설지 않은 모습이 되었다. 
명절때면 여기저기에서 며느리들이 일부러 명절에 근무를 신청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아예 틀린 소리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간호사들의 속사정도 모르고 하는 소리인 것 같아 속상할 때도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위가 명절에 근무하면 고생하는 거고, 며느리가 명절에 근무하면 눈치보는 게 속상하다.
중간 나이트임에도 시댁가서 전 부쳤다며 그래도 야무지게 우리 먹을 거 챙겨왔다며 웃는 간호사를 볼 때도 속상했다.
데이 끝나고 간 시댁 식탁 위에 장바구니 채 기다리는 재료들과 밤새 씨름하다 2시간 쪽잠하고 다음달 다시 데이 출근한 간호사를 볼때도 속상했다.
 
 
21년차 간호사이자 명절때마다 힘들어하는 수많은 후배들을 보는 노인네의 넋두리 같은 글이였다.
 
명절에 간호사 며느리만 일하는 것은 아니다. 
간호사 딸도 일하고 있고, 간호사 엄마도 일하고 있다.